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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간호사가 '메스' 잡을 판
프라임11-17 12:08 | HIT : 1,705
"힘들고 위험" 기피… 종합병원 23곳, 전공의 없어

폐암수술 등 핵심진료분야… 외국은 지원자 줄 서

지난 11일 서울의 A대학병원 흉부외과 수술실에서 심장 판막 협착증 환자의 수술이 진행됐다. 환자의 심장 박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해놓고 망가진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갈아 끼우는 고난도 수술이다. 하지만 이날 수술실에 흉부외과 의사는 단 한 명이었다. 나머지 의료진은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잡무를 거드는 인턴(수련의)뿐이었다. 예전에는 심장 수술 기술을 익힌 레지던트(전공의) 3년차(次)와 4년차가 수술에 참여했지만 이 병원에는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다. 그동안 흉부외과를 지원한 의사가 없었고 그나마 있던 전공의도 중간에 그만뒀기 때문이다. 집도의인 A교수는 "간호사에게 수술 기술을 가르쳐 전공의가 할 일을 대신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B대학병원 야간 응급실. 이곳에서는 교통사고로 갈비뼈를 다친 환자를 50대 흉부외과 교수가 직접 진료한다. 통상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가 처리해도 될 가벼운 질환이지만 전공의가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다.

교수들이 퇴근하면 야간에 흉부외과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게 되자 결국 교수들이 번갈아 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모 교수는 "낮에 수술하고 회진 도느라 지쳤는데 야간에 응급실 환자까지 봐야 하니 쓰러질 지경"이라며 "정작 교수가 해야 할 연구 활동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흉부외과는 중증 심장병과 폐암·식도암 등을 수술하는 대학병원의 핵심 진료분야다. 하지만 최근 젊은 의사들 사이에 '힘들고 위험부담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 병원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전국 59개 대형 종합병원 중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은 23곳이나 된다. 10곳 중 4곳인 셈이다. 나머지 병원들도 1~2명의 전공의를 데리고 수술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C의료원의 경우, 소속된 6개 병원 전체에 전공의는 단 한 명뿐이다. 3개 대학병원을 갖고 있는 K의료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올해 신규 흉부외과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한 병원이 37곳(62%)이나 된다. 모집 정원 대비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수년째 40% 선에 머물러 있다. 정원 미달→ 기존 전공의 업무 과중→ 중도 포기자 발생→ 업무 부담 증가→ 지원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 해 새로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1997년 63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33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암 환자가 늘고, 심장병 등 서구형 질병이 증가하면서 흉부외과 의사가 책임져야 할 수술은 급속히 늘고 있다. 1997년 흉부외과 수술 건수가 1만9000여 건이던 것이 2005년에는 3만7000여 건으로 두 배 늘었다. 성인 심장 수술도 그 사이 3495건에서 1만1295건으로 약 3배 늘었다.

고려대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는"예전에 배출됐던 40~50대 흉부외과 교수들이 있어서 병원들이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들이 일선에서 물러날 5~10년 후에는 심장수술 대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흉부외과학회에서는 우수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현재 낮게 평가돼 있는 의료수가를 인상하고, 전공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 심장수술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한 진료비는 약 200만원이다. 수술에 흉부외과 의사 3~4명, 간호사 3~4명, 의료기사 1~2명이 참여해야 하고 이틀간 중환자실에서 집중 진료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학회 분석이다.

조건현(가톨릭의대 교수)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생명이 달린 수술 분야를 정부가 집중 지원하기 때문에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줄을 서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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