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명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들이 의약품의 상당수를 가격대가 가장 비싼 ‘최고가’ 제품으로만 처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병원들이 환자의 가중되는 의료비 부담을 외면한 채 특정 제약회사들과의 거래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화원 의원에게 제출한 ‘병원별 의약품 현황’에 따르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286곳에서 처방한 청구금액 상위 10위까지의 의약품 2860개 가운데 54%인 1529개 제품이 최고가 제품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이 의약품 절반 이상을 같은 성분의 제품 중 가장 비싼 제약회사의 의약품으로 처방한 것이다.
‘최고가’ 의약품은 동일 성분과 형태, 함량으로 등재된 의약품들 가운데 신약, 제네릭(카피약)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을 경우 가장 높은 약제의 가격을 의미한다.
청구금액 상위 10개 의약품이 모두 최고가로 처방된 병원은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고려대의과대학 부속 구로병원, 서울대 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23곳에 달했다. 청구금액 상위 9개 의약품이 모두 최고가로 처방된 병원은 24곳, 8개 의약품이 최고가인 병원은 19곳, 7개가 최고가인 병원은 28곳으로 각각 드러났다.
또 일부 제약회사 제품들은 특정 의료기관에 편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청구금액 상위 10개 처방 의약품 중 3개 제약회사 제품이 몰려 있는 병원이 41곳, 4개 제약회사 제품은 8곳으로 확인됐다.
서울성심병원에는 신풍제약 제품이 5개나 청구금액 상위 10개에 포함되는 등 5개 제품이 포함된 병원도 5곳이나 됐다. 동하의료재단 한마음병원에는 대웅제약 제품이 6개나 들어있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병원들이 특정 제약회사들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 인터넷 의약품정보센터인 ‘K온라인’에서 확인해 본 결과, C대학교 부속병원에서 항종양제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비엠에스제약의 ‘탁솔주’(30㎎)는 보험가가 19만3258원으로 최고가지만 다른 제약회사의 동일 성분·함량 제품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유니탁셀주, 신풍제약의 파덱솔주는 각각 14만1564원으로 5만원 넘게 가격이 차이가 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팀 이남희 사무관은 “성분 함량이 다르면 제품의 차이가 있겠지만 식약청이 허가를 낸 제품은 동일 함량, 성분이라면 효능·효과는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C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병원 약과위원회에서 처방할 의약품을 결정하지만 해당 의사들이 특정해 요구하면 대부분 제품 결정에 반영된다”면서도 “의사들이 선호하는 약품이 있는 데다 제품의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제약회사와 특정한 거래를 맺고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들이 최고가 의약품을 50%나 처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의료비가 증대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주는 걸 의미한다”며 “고가 약만을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가격 대비 효능이 좋은 약들이 많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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